
가격 담합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제 현상이다. 이를 단순히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만 바라보면 왜 담합이 지속적으로 시도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게임이론은 기업들이 처한 전략적 환경과 선택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가격 담합과 경쟁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죄수의 딜레마 모형은 담합이 왜 매력적인 선택이면서도 동시에 불안정한지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다.
죄수의 딜레마로 본 가격 담합 구조
게임이론에서 가격 담합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구조를 가진다. 과점 시장에서 여러 기업이 가격을 결정할 때, 각 기업은 담합에 협조해 높은 가격을 유지할지, 아니면 가격을 인하해 경쟁자를 배신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담합에 협조하면 시장 전체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각 기업도 안정적인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된다. 다른 기업들이 담합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혼자 가격을 인하하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단기적으로 매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만 담합을 지키고 경쟁사가 가격을 인하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처럼 상대방의 선택을 확신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담합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위험한 선택이 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자신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가격 인하라는 배신 전략을 선택하게 되고, 모든 기업이 경쟁 상태로 이동하는 내시균형에 도달한다. 이 균형은 모두에게 최선은 아니지만, 각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다. 이 구조는 가격 담합이 왜 본질적으로 불안정한지를 잘 보여준다.
반복 게임에서 나타나는 담합 유지 메커니즘
현실의 기업 경쟁은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 게임이 아니라 장기간 반복되는 반복 게임에 가깝다. 동일한 경쟁자와 계속해서 가격 전략을 주고받는 환경에서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계와 미래 보상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담합이 일정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복 게임에서는 배신에 대한 보복이 가능하다. 한 기업이 담합을 깨고 가격을 인하하면, 다른 기업들은 다음 경쟁 국면에서 즉각적인 가격 인하로 대응할 수 있다. 이 경우 배신 기업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격 전쟁에 휘말려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트리거 전략 또는 ‘눈에는 눈’ 전략으로 설명한다. 상대가 협조하면 나도 협조하지만, 배신이 발생하면 즉시 보복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담합을 유지하는 일종의 비공식 규칙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이 경쟁보다 협조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신뢰가 무너지거나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이 균형은 쉽게 붕괴될 수 있다.
경쟁을 촉진하는 조건과 담합의 붕괴
담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 수가 적고, 가격 정보가 투명하며, 시장 구조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신규 기업의 진입이나 기술 혁신, 수요 변화는 담합 구조를 빠르게 약화시킨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서로의 행동을 감시하기 어려워지고, 배신 유인은 더욱 커진다.
정부의 규제와 처벌 역시 기업의 전략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담합 적발 시 부과되는 과징금과 형사 처벌, 기업 이미지 훼손은 담합 전략의 기대 이익을 크게 낮춘다. 게임이론적으로 보면 처벌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담합의 보수는 감소하고, 경쟁 전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처럼 가격 담합과 경쟁의 균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 반복성, 규제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게임이론은 이러한 변화가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
게임이론으로 본 가격 담합은 단순한 불법 행위가 아니라 합리적인 기업들이 전략적 환경 속에서 선택한 결과다. 죄수의 딜레마 구조 속에서 담합은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지만, 배신 유인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반복 게임과 보복 전략은 담합을 일정 기간 유지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시장 변화와 규제 강화는 결국 경쟁을 촉진한다. 가격 담합과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판단을 넘어 전략적 구조를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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